"파운드케이크엔 왜 버터를 쓰고, 데니쉬 페이스트리엔 왜 또 다른 버터를 쓰나요?", "쇼트닝은 그냥 비싼 마가린 아닌가요?"
유지류는 제과제빵에서 밀가루·물·이스트만큼이나 중요한 재료예요. 빵이나 케이크의 식감, 결, 풍미, 보존성까지 거의 다 유지가 결정한다고 봐도 됩니다. 그런데 종류가 많고 각자 성질이 달라서 처음엔 헷갈리시죠.
이번 편에서는 버터·마가린·쇼트닝이 본질적으로 뭐가 다른지, 그리고 시험에 매년 나오는 가소성·크림성·쇼트닝성·안정성이라는 네 가지 성질이 각각 무슨 뜻인지 정리해드릴게요.
유지류는 결국 지방이다
유지란 동물이나 식물에서 추출한 기름을 뜻해요. 상온에서 고체인 걸 보통 "지(脂)", 액체인 걸 "유(油)"라고 부르긴 하는데, 제과제빵에서는 둘을 묶어서 유지라고 통칭합니다.
유지의 핵심 성분은 지방산과 글리세롤이에요. 어떤 지방산이 얼마나 들어 있느냐에 따라 녹는점, 굳는 정도, 풍미, 산패 속도가 달라집니다. 동물성 유지(버터·라드)는 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아서 상온에서 단단하고, 식물성 유지(올리브유·콩기름)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아서 액체예요.
마가린이나 쇼트닝은 식물성 기름을 인공적으로 굳혀서 만든 유지예요. 식물성 액체 기름에 수소를 첨가해서 포화지방으로 바꾸는 경화 처리를 거치면 상온에서 고체가 됩니다. 그래서 "식물성인데 굳어 있는 유지"가 나오는 거예요.
버터 — 자연 유지의 기본
버터는 우유의 지방 부분을 따로 분리해서 만든 유지예요. 보통 유지방이 80% 이상, 수분이 약 16%, 우유 고형분이 약 2% 정도 들어 있습니다.
버터의 강점은 풍미예요. 우유 유래 성분에서 나오는 고소한 향과 깊은 맛이 다른 유지로는 흉내가 안 납니다. 그래서 풍미가 중요한 케이크·쿠키·페이스트리에 주로 써요.
단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녹는점이 낮아요. 28~33도 정도라서 한여름엔 작업 중에도 녹기 시작합니다. 작업성이 떨어지는 거죠. 둘째, 가격이 비싸요. 우유에서 만드는 거니까 대량 생산이 어렵습니다.
버터에는 가염버터와 무염버터가 있어요. 제과제빵에서는 보통 무염버터를 씁니다. 가염이면 소금 양을 따로 계산하기가 어렵거든요. 시험장에서도 거의 무염버터가 제공됩니다.
마가린 — 버터의 대체품으로 시작
마가린은 식물성 기름을 부분 경화해서 만든 유지예요. 19세기 후반에 프랑스에서 버터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고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지방 함량은 보통 80% 정도로 버터랑 비슷해요.
마가린의 강점은 가격과 작업성이에요. 버터보다 훨씬 저렴하고, 녹는점이 보통 35~40도 정도로 버터보다 높아서 더운 환경에서도 작업이 비교적 수월합니다.
풍미는 버터에 미치지 못해요. 그래서 풍미 향상을 위해 향료(버터향 등)를 첨가한 제품이 많습니다. 색을 노랗게 맞추려고 카로틴 같은 천연색소도 넣어요.
건강 측면에서는 한때 트랜스지방 문제가 컸어요. 부분 경화 과정에서 트랜스지방이 생기거든요. 최근엔 가공 방식을 바꿔서 트랜스지방을 거의 없앤 제품이 주류이긴 한데, 아직도 표시 확인은 필요합니다.
쇼트닝 — 작업성에 특화된 유지
쇼트닝은 식물성 기름을 거의 완전히 경화해서 만든 유지예요. 마가린이랑 비슷해 보이지만 결정적 차이가 있어요. 쇼트닝은 수분이 거의 없습니다. 지방 함량이 100%에 가까워요.
색은 거의 흰색이고, 향이 없습니다. 풍미 면에서는 약점이 되겠지만, 다른 재료의 풍미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장점이에요.
쇼트닝의 진짜 강점은 작업성과 식감이에요. 녹는점이 높고 가소성이 우수해서 짤주머니로 짜는 작업이나 파이 반죽에서 다루기가 훨씬 편합니다. 그리고 글루텐 형성을 억제하는 효과(쇼트닝성)가 강해서 쿠키·파이가 바삭하게 만들어져요.
실기 시험에선 쇼트닝이 슈, 일부 쿠키, 단과자빵 반죽 등에 쓰입니다.
유지의 네 가지 핵심 성질
여기부터가 필기에서 매년 나오는 부분이에요. 가소성, 크림성, 쇼트닝성, 안정성. 이 네 가지가 각각 무엇이고 어디서 중요한지 정리해드릴게요.
가소성 — 모양을 잡고 유지하는 힘
가소성은 유지가 일정한 온도 범위에서 부드럽고 다루기 좋은 상태로 유지되는 성질이에요. 너무 단단하지도, 너무 무르지도 않은 적당한 점도를 오래 유지하는 능력이죠.
가소성이 좋은 유지는 폭넓은 온도에서 비슷한 강도를 유지합니다. 그래서 페이스트리 같은 접기 반죽에서 중요해요. 데니쉬·크루아상 만들 때 버터를 반죽 사이에 끼워서 접고 펴는 작업을 반복하는데, 이때 버터가 너무 무르면 반죽에 흡수돼버리고 너무 단단하면 부서져요. 가소성 좋은 페이스트리용 버터를 따로 쓰는 이유가 이거예요.
크림성 — 공기를 머금는 힘
크림성은 유지를 거품기나 믹서로 저을 때 공기를 안에 가둘 수 있는 능력이에요. 버터를 부드럽게 풀어서 설탕이랑 함께 휘저으면 색이 점점 하얘지면서 부피가 늘죠. 그게 공기가 들어가서 그런 거예요.
크림성이 좋을수록 케이크 반죽이 잘 부풀어요. 베이킹파우더 없이도 버터에 머금은 공기가 굽는 동안 팽창해서 케이크를 들어 올리거든요. 파운드케이크가 대표적이에요.
버터는 크림성이 우수합니다. 쇼트닝도 크림성이 꽤 좋아요. 마가린은 그 중간이고요.
쇼트닝성 — 바삭함을 만드는 힘
쇼트닝성은 유지가 글루텐 형성을 방해해서 바삭한 식감을 만드는 성질이에요. 밀가루 입자를 기름으로 코팅해서 물이 닿는 걸 막아주는 거죠. 그러면 글루텐이 잘 안 만들어지고, 결과적으로 결이 부서지는 바삭한 식감이 납니다.
쇼트닝성이 가장 잘 발휘되는 곳은 쿠키와 파이예요. 쇼트닝이라는 이름 자체가 이 성질에서 따온 거고요(영어 shorten은 결을 짧게 만든다는 뜻). 같은 양이라도 액체 기름보다 고체 유지가 쇼트닝성이 좋습니다.
안정성 — 오래 두어도 변하지 않는 힘
안정성은 유지가 산소·열·빛에 의해 산패되는 걸 견디는 능력이에요. 산패되면 시큼하고 비린 냄새가 나고, 풍미가 망가져요. 보존성이 떨어지는 거죠.
포화지방산이 많은 유지(쇼트닝·코코아버터)가 안정성이 좋아요. 불포화지방산이 많을수록 산소랑 반응이 빨라서 산패가 빨리 일어납니다. 그래서 보존 기간이 긴 과자류에는 쇼트닝이나 안정성을 높인 마가린을 쓰는 게 일반적이에요.
유지 종류별 성질 비교
네 가지 성질을 종합해서 정리하면 이렇게 됩니다.
| 유지 | 풍미 | 가소성 | 크림성 | 쇼트닝성 | 안정성 |
|---|---|---|---|---|---|
| 버터 | 최상 | 중 | 우수 | 중 | 중하 |
| 마가린 | 중 | 우수 | 중 | 중 | 중상 |
| 쇼트닝 | 하 (무향) | 최상 | 우수 | 최상 | 최상 |
이 표를 보시면 왜 같은 케이크라도 풍미가 중요한 제품엔 버터, 비용·작업성·보존성이 중요한 대량 제품엔 마가린이나 쇼트닝을 쓰는지 보이실 거예요.
유지 보관 — 산패만 막으면 된다
유지를 보관할 때 가장 큰 적은 산패예요. 산패는 산소·빛·열·금속·미생물이 원인입니다.
그래서 보관 원칙은 단순해요. 첫째, 밀폐. 산소 차단. 둘째, 냉장 또는 냉동. 온도 낮추기. 셋째, 어두운 곳. 빛 차단. 넷째, 금속 용기 피하기. 가급적 도자기나 유리, 스테인리스 사용.
버터는 냉장에서 2~3주, 냉동에서 3~6개월 정도 보관 가능해요. 마가린·쇼트닝은 실온에서도 1~2개월은 버티는 편이고, 냉장이면 6개월까지도 갑니다. 단, 한 번 녹았다가 다시 굳히면 결정 구조가 흐트러져서 가소성·크림성이 떨어지니까 가능하면 일정한 온도에서 보관하세요.
이번 편 요약
- 유지는 동물성·식물성 지방을 통칭, 핵심 성분은 지방산과 글리세롤
- 버터는 풍미·크림성 강점, 쇼트닝은 작업성·쇼트닝성·안정성 강점
- 마가린은 버터 대체품으로 가격·작업성에서 유리, 풍미는 중간
- 가소성은 모양 유지, 크림성은 공기 포집, 쇼트닝성은 바삭함, 안정성은 산패 저항
- 보관은 밀폐·저온·차광·비금속 용기가 원칙
다음 편 예고
다음 편 주제는 당류와 감미료예요. 설탕·물엿·전화당·꿀이 베이킹에서 어떻게 다르게 작용하는지, 그리고 당류가 베이킹에서 하는 네 가지 역할(감미·갈변·보존·발효)을 정리해드릴게요. 단순히 단맛만 내는 재료가 아니라 빵의 색과 식감까지 좌우하는 중요한 재료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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